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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일백 개의 눈을 가진 사나이-백안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로 이제 한국의 시청자들도 쉽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쇼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평을 받은 많은 쇼들도 있지만 여기선 "왕좌의 게임"급 제작비로 화제가 되었던 ​"마르코 폴로"의 인물들을 다뤄보겠습니다. 

 

[마르코 폴로]와 [마르코 폴로:백안]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하 본문에는 [마르코 폴로]와 [마르코 폴로:백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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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dred Eyes 백안(百眼)

    

" Untrue by an inch, Untrue by a mile. "

 "한 치의 어긋남은 십 리의 어긋남과 같다."

 

 

캐릭터의 기원

 

실존인물 "바린의 바얀"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아마 모티브 정도만 제공한 것 같습니다. 실존 인물과 괴리가 심한 마르코 폴로의 캐릭터 중에서도 아주 극적으로 조정된 인물이라서요. 실존 인물 바얀은 "우두머리 백"자와 "얼굴 안"을 사용하는데 그나마도 몽골어 "바얀"의 음차입니다. "풍요로운"의 의미라는군요. 이걸 비슷한 발음의 백안(百眼)으로 음차해서 영어로 번역한 뒤 캐릭터에 동방 판타지를 씌워 만들어 낸 것이 드라마 속의 "백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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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 공략중인 바린의 바얀(1236-1295)

 

드라마 "마르코 폴로" 속의 "바얀"은 "지아 시다오(가사도)"나 "메이린"과 마찬가지로 무협지형 인물입니다. 눈이 먼 무당파의 고수라니 말 다했죠. 설정만 봐도 우리같은 동양인의 눈으로는 금세 "쿠빌라이"나 "쿠툴란"같은 실존형 캐릭터와 쉽게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마르코 폴로에 뿌려진 오리엔탈리즘의 양념 중 가장 독한 향을 내는 인물입니다. "동양동양"한 대사들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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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功夫​:공부)란 무엇이냐? 역시 과외선생다운 질문입니다. 

 

그렇긴해도 전 "백 개의 눈"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송의 도교 수도승이 자신을 포로로 잡은 칸에게 두 눈을 빼앗기고도 충성한다니 멋지지 않습니까? 왕좌의 게임의 양파 기사같은 마조 캐릭터도 생각나고 그래요. 전 예전부터 장님 무사에 약했습니다. 자토이치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황정학같은 캐릭터에 홀딱 넘어가곤 했었지요. 하긴 생각해보면 서양엔 데어데블같은 애들도 있는데 이 정도면 현실적이지 않겠습니까? [마르코 폴로]를 역사 "판타지"로 정의한다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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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의 맹인용사들

 

 

[마르코 폴로:백안] 과체중 칸의 도사 조련기

 

NETFLIX [마르코 폴로:백안] 보러가기

 

2015년 말 공개될 것이라던 2시즌은 간 데 없고 "백안"의 전일담이 30여 분의 스페셜 영상으로 공개되었습니다. "1262년 남송의 우당사"라는 부질없는 자막과 함께 우리는 눈이 멀쩡한 "리 진바오"라는 도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리 진바오는 놀라운 무공으로 몽골의 정예병들을 무려 25명이나 죽이고 나서야 포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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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두 개 시절의 "백개의 눈"

 

리 진바오가 제압되기 직전, 2시즌에 등장이 예약된 양자경(Michelle Yeoh)이 깜짝 등장해주시는군요. 리 진바오와 같이 도교를 수련하는 여승인 것 같은데 역시 무예가 범상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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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니 나옵니다. 

 

리 진바오의 놀라운 무공을 눈여겨본 한 몽골 장수의 명으로 그는 목숨을 부지한 채 칸에게 진상됩니다. 칸 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하는 리 진바오의 기개와 일개 포로의 발칙함도 거두는 쿠빌라이의 실용주의가 불꽃 튀는 대결을 벌입니다. 지하 감옥에 갇힌 리 진바오는 눈가리개를 한 채 멧돼지라 불리는 거한과 대결을 합니다. 결국 리 진바오는 거한 뿐아니라 지키던 장군과 병사들 마저 학살하고 탈출하지만, 이내 몽골의 기마병에게 따라잡히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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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하게 말타고 쫓아오는 게 어딨냐

 

탈출 과정에 죽인 장군은 꽤 지체높은 집안의 자제였던 모양입니다. 몽골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죄를 저지를 리 진바오를 칸은 여전히 살려둡니다. 그저 두 눈을 빼앗았을 뿐이죠. 눈을 잃은 리 진바오는 오랜 수련 끝에 예전의 무예를 되찾고 새로운 평온함을 얻습니다. 이제 자신은 "백개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칸에게 이르는 리 진바오. 진정한 "백안"이 탄생하였습니다. 

 

이제 백안은 남은 한 줌의 무당파를 지키기 위해 칸의 명을 받고 그의 아들 알타이(황금이라는 뜻입니다.)을 교육합니다. 아들의 스승인 맹인도사에게 칸은 황태자의 한족 이름을 짓게 합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이름이 "true gold", "진금"이었군요. 우리가 시즌1에서 익숙히 보았던 수련장도 이 때 칸에게 하사받습니다. "제 4보배실"이라는 예식장 삘나는 이름까지 함께요. (실제 역사에서 진금의 이름을 지어준 것은 화북지방의 불교승려 해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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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제 4 보배실"

 

 

[마르코 폴로] 시즌 1  마르코 폴로의 사부, 멘토 시리오 포렐나뚜데이

 

쓸 만한 라틴 총각을 진상받은 칸은 그에게 무예 사범을 붙입니다. [마르코 폴로:백안]에서 하사받은 그 "제 4보배실"에서 우리의 라틴 총각, 마르코 폴로는 몽골제국의 쓸만한 인재가 되기 위해 속성 과외를 받죠. 때때로 마르코의 개인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백안은 뜬구름 잡는 듯한 도교식 조언을 주기도 합니다. 칸이 총애하는 재원에게 무예교육을 시키는 것이 주 임무인 듯합니다만 아리크와의 내전 장면에서 보듯이 전장에도 종종 출전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역사 인물 바얀은 대장군이었으니까요. 과외선생만 시키면 너무 야박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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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시다오의 손가락 욕을 저지 중인 백안 

 

시리즈 후반에는 아예 마르코 폴로와 듀오로 남송의 보루 상양 성으로 밀파되기도 합니다. 마르코 폴로는 역시 무협드라마이다!! 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송의 지아 시다오와 쿵푸 대결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시즌 피날리에서도 화려한 무공을 자랑해주셨죠. 백안은 이방인으로 칸에게 능력을 인정 받아 쓰인다는 점에서도, 그러나 실은 포로와 다름없는 신세라는 점에서도 마르코 폴로와 공통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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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런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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