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넷플릭스/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불안한 박힌 돌, 태자 진금

NETFLIX의 한국 진출로 이제 한국의 시청자들도 쉽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쇼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평을 받은 많은 쇼들도 있지만 여기선 "왕좌의 게임"급 제작비로 화제가 되었던 ​"마르코 폴로"의 인물들을 다뤄보겠습니다. 

 

 

 

이하 본문에는 [마르코 폴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vYVhcsY.jpg

 

 

Prince Jingim 태자 진금


"They mock me, because you made me Chinese!"

"다들 절 비웃습니다. 아버지가 절 중국인으로 키우셔서!"

 

캐릭터의 기원

 

쿠빌라이의 차남 보르지긴 친킴(1243-1286)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30세에 황태자가 된 뒤, 쿠빌라이의 바로 뒤에서 13년간 카간에 오르길 기다렸지만 드물게 장수한 아버지보다 8년이나 먼저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결국 원 제국 초대 황제인 쿠빌라이의 제위를 이어 받은 것은 친킴의 아들 테무르였습니다.

 

GnkFIV2.jpg

친킴의 아들로 보위에 오른 원 2대 황제 성종, 테무르 칸 (1265-1307)

 

조선으로 치면 사도세자와, 영국으로 치면 찰스 황태자와 비슷한 운명이었달까요? 장수하는 황제에게 장성한 태자는 종종 정적이 되기도 합니다. 차브이가 죽고 아흐마드가 암살당한 뒤에, 친김은 한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화북에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합니다. 심지어 한인 유학자 중에 쿠빌라이의 조기 양위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쿠빌라이가 노발대발했다는군요. 물론 그 다음 해에 친킴이 갑작스레 병사한 것은 우연일 겁니다. 고려의 충렬왕의 손위 처남이기도 합니다. 

 

 

[마르코 폴로:백안]​ 알타이에서 진금으로

 

스페셜 영상 [마르코 폴로:백안]에서는 어린 진금이 나옵니다. 본편의 진금이 중국식 복식을 하고 있는데 반해 어린 진금은, 아니 '알타이'는 아직 변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역사 인물 진금의 원래 이름이 알타이였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보르지긴 친김'은 출생시에 중국식 이름 '진금眞金'을 화북의 불교승려 '해운'에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UU06DCP.jpg

백안에게 무예를 익히는 알타이

 

알타이는 아버지에게 날개가 꺽여 새장에 갇힌 백안에게 무예를 익힙니다. 삼엄한 태세의 경비병을 지근거리에 두고 말이죠. 기마자세를 한 채로 스승과 문답을 주고 받으며 요령을 피울 때마다 끌끌거리는 책망을 듣는 모습이 아주 정겨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하 감옥에서 "제 4 보배실"로 수련장이 바뀌며, "알타이(gold)"는 "진금(True gold)"이 됩니다. 진정한 황금이 되라는 바람을 담아 백안이 지어준 중국식 이름입니다. 이렇게 애틋한 스승님께서 [마르코 폴로] 본편에선 마르코에게 그 도교식 혜안과 무예를 가르치게 됩니다. 진금의 입장에서는 벽안의 라틴 이방인에게 스승과 아버지를 모두 빼앗겼다는 박탈감이 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마르코 폴로] 시즌1 - 불안해 하는 박힌 돌


진금은 굵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원 제국의 젊은 황태자입니다. 소년같은 그의 얼굴은 하지만 미숙함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증명하고자 안달이 나있는 나이브한 청년, 그것이 시즌 1의 진금의 모습입니다. 

 

p5GFdej.jpg

열혈 소년 만화의 주인공같은 외모를 지닌 진금

 

진금은 시즌 1 내내 실패를 거듭합니다. 남송의 우창을 공략하는 데 실패했으며 삼촌 아리크부카의 반란 기운을 감지하지도 못했죠. 5촌 당숙 카이두같은 진짜 몽골전사들은 중국인 코스프레 하고 있는 황태자를 얕잡아보기 일쑤입니다. 심지어 어디서 굴러 들어왔는지 모를 베네치아 촌놈이 자신의 실패를 헤집어내도 분을 삭여야 합니다. 그 촌놈 덕에 자신의 황자 자리가 무사할 수 있었으니까요. 

 

XJYNP0u.gif

​그래도 황태자인데 너무들 하잖아 

 

진금은 종종 마르코에게 으르렁댑니다만 어쩐지 진짜 위협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진금은 그 자신의 미숙함과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균형을 잃어버리지는 않는 캐릭터입니다. 시즌 피날리의 샹양 공방전에서 진금은 용맹하게 혹은 무모하게 최전방에서 분투하다 남송의 비밀병기(송이 화약병기를 사용했던 것은 사실입니다.)에 당해 위기에 빠집니다. 하지만 황태자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달려온 마르코와 비암바 덕에 목숨을 건지게 되죠. 마뜩찮아했던 마르코에게 목숨을 빚지자 벅차게 "형제여"를 외치는 순진한 진금의 모습을 보며 결국 "왕자님"으로 생애를 마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미래를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RZyL2M5.jpg

땡큐 부라더

 

시즌 2 에서는? 

 

마르코의 연인 코카친이 황자비로 간택된 만큼 어렵사리 생긴 진금의 마르코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카이두와 아흐메드가 메인 빌런으로 예약되어 있는 2시즌아니겠습니까? 결국 마르코를 곁에 두는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상하기로는 카이두의 곁으로 간 비암바는 마르코에게, 실제 역사에서도 라이벌이었던 아흐메드는 진금에게 각각 패퇴하여 운명이 다하게 될 것 같습니다. 

 

 

관련인물

 

황태자비 소르가

 

StLvKKW.jpg

제위를 잇는 테무르 칸의 어머니는 물론 이 분이 아닙니다.

 

진금의 애정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몽골인 황태자비 소르가는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 차브이 앞에서는 주눅이 든 모습이지만 침상에서는 필사적입니다. "중국인 아내는 이런 거 안 해주죠?" 불행히도 소르가는 코카친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많은 장면에서 나오진 않지만 어쩐지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습니다.


실은 품행이 방정치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