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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기타/리뷰리캡

데드풀- 먹을 것 많았던 소문난 잔치


 

그렇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하여 멋진 로맨틱 무비가 한국 땅에도 상륙하고야 말았습니다. 오랜기간 약을 한 사발로 빨며 홍보에 여념없었던 데드풀이 2/13일(토) 유료시사를 통해 그 탐스러운 붉은 물건을 한국팬들 앞에서도 멋지게 흔들어 주신 것입니다. 

 

드디어 우리 앞에 나타난 붉은 녀석

 

대체 종잡을 수 없는 안티히어로 "데드풀"의 실사판답게 이 영화는 오프닝 크레딧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풀풀 풍기더군요. 주연배우나 제작진의 이름같은 거추장스러운 정보는 엔딩 크레딧에 맡겨두고 "영국인 악당" "까칠한 십대"하는 식으로 등장인물을 소개하며 전형적 캐스팅에 대한 농담을 날리기도하고 "작가들 aka 이 영화의 진짜 영웅들"운운하며 으스대기도 합니다. 뭐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는 수긍할 수 밖에 없긴 했습니다만.



익히 봐왔던 트레일러의 장면부터 시작된 영화는 그 뒤로는 끔찍하지만 폭소가 터지는 액션 사이사이에 플래시백을 반복하며 데드풀의 탄생비화를 풀어나갑니다. 물론 데드풀답게 그 와중에도 "제4의 벽(등장인물은 관객의 존재를 모른다는 가정)"은 수시로 돌파합니다. 데드풀의 전매특허 아니겠습니까? 이 무례하지만 귀여운 떠벌이는 절묘한 타이밍에 제4의 벽을 넘나들며 당장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와 저질스런 농담을 쏟아낼 것처럼 관객에게 애교를 부립니다. 



캐릭터들은 전부 마음에 들었습니다. 심지어 악당들까지도요. 엔딩 크레딧의 에니메이션 버전 데드풀이 보여준 "애정척도"에 따르면 가장 매력적인 것은 메인 빌런인 에이잭스여야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레나 바카린의 괴팍하고 아름다운 "바네사(카피캣)" 캐릭터와 콜로서스를 궁지에 몰아 넣을 정도로 강한 완력을 가진 여성빌런 "엔젤더스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떨렁 둘만 등장한 X맨들이나 기타 조연들도 재밌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몇 안되는 등장인물 모두가 적재적소에서 잘 기능했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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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카피캣,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콜로서스,에이잭스,엔젤더스트

 

여러분들이 데드풀에 대해 어떠한 기대를 하고 가실지는 모르겠지만 코믹스나 비디오 게임을 통해 미리 데드풀 접하지 못한 분들이더라도 최근의 마블영화, 특히 X맨 시리즈를 어느 정도 따라오셨다면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데드풀의 농담의 대부분이 이쪽에 초점이 맞추어져있기도 하고요. 다만, 고어한 장면이나 천박한 농담을 참지 못하시는 분, 어벤져스와 같이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대규모 활극을 기대하시는 분은 관람을 삼가시거나 기대치를 잘 조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데드풀은 시작한 지 20분만에 모든 등장인물이 나올 정도로 작은 영화거든요. 과장된 쌈마이 액션이 큰 재미를 주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재미는 데드풀의 그 나불거리는 입에서 나옵니다. 


 

자막은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미국 대중문화에 아주 익숙한 분이라면 몇몇 레퍼런스들(이를테면 로지 오도넬을 "미저리"로 번역한다던가 하는)을 의역한 부분이나 약간 순화해 번역된 욕설 및 '특정 신체부위 지칭어'에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정도면 균형을 굉장히 잘 잡은 자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하신 분의 고충이 눈에 선하군요.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마블 영화답게 쿠키가 있습니다. 영화 끝났다고 성급히 극장문을 박차고 나가시면 여러분들은 이 귀요미 악동이 드리는 작은 선물을 놓치시는 겁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떠들면 스포일러가 되겠죠? "페리스 뷸러의 휴일" 패러디라는 정도만 말씀을 드리죠. 이미 제작이 결정된 데드풀2에 대해서도 힌트를 던져주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폭력과 섹스, 수위높은 농담이 가득한 데드풀은 절대 폭넓은 관객층을 기대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닙니다. 세계적인 흥행 청신호와는 별개로 한국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과 상영관을 장악한 강동원의 존재로 인해 흥행여부에 물음표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단언하건데 데드풀을 아시는 분이라면 취향에 맞건 안 맞건 이 영화가 완벽한 "데드풀 영화"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 글은 http://tailorcontents.com/ 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