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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DIARY

[NETFLIX Diary] 러브 LOVE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

2016년 2월 20일 날씨, 집에만 있어서 모름 

 

Dear Diary, 내가 처음 넷플에서 "LOVE" 광고를 본 뒤로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있니? 커뮤니티의 "더 워스트" 브리타가 주연으로 나오고 프릭스 앤 긱스를 쓴 저드 어패토가 만든 연애드라마라니. 이런 취향 저격이 있나. 그리하야 19일에 공개가 되자마자 밤을 꼴딱 새가면서 10편을 전부 달렸단다. 캬 오늘도 내 인생의 다섯시간이 순삭됐구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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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사랑이야기 같지?

 

러브러브할 것 같은 제목과는 달리 "LOVE"는 아주 건조하고 미묘한 드라마야. 굳이 구분하자면 로맨틱 코미디로 분류되겠지만 남녀가 알콩달콩하며 "커플결성"이라는 골까지 달려가는 "스크루볼 코미디"들과는 완전 다른방식이거든.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작위적인 복선 같은 건 없어. 사건의 임팩트는 시차를 두고 발생하고 감정의 동요는 캐릭터 내부에 잠복해 서서히 부풀다가 임계점에 이르러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게 발산된단다. 



저드 어패토의 캐릭터들이 늘 그렇듯 "LOVE"의 두 주인공 미키와 거스는 흠많고 찌질한 사람들이야. 캐릭터의 첫인상은 "쿨한 불량녀"와 "착한 범생이"같이 보이지만 현실의 우리가 그렇듯 이들은 그렇게 한두 단어로 정의할 수 없어. 에피소드가 진행되며 "착한 남자"는 전혀 착하지 않고 "쿨한 여자"는 전혀 쿨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그래서 보다 입체적으로 캐릭터들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 "LOVE"에서는 이러한 미키와 거스가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아주 현실적이고 찌질하게 그려져. 맞아 사랑이란 게 원래 이렇게 사람을 찌질하게 만들지. 


전형적인 "Meet Cute"으로 시작해서 계속 기대를 배신하는 두 커플

 

인상적인 건 역시 질리언 제이콥스의 캐릭터 미키였단다. 변덕스럽고 매사에 투덜거리며 사방팔방에 음울한 기운을 뿜어내는 미키를 누가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공동 제작자인 폴 러스트가 직접 맡은 거스 캐릭터 역시 맞춤형 캐스팅이야. 외모에서부터 수동적 공격성과 얄팍함이 우러나오더구나. 로코물을 답습해 기능적으로 배치된 조연들이 자기 역할을 배신하는 것도 재밌었어. 괴상하리만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미키의 룸메이트 "버티(Claudia O'Doherty​)"는 얄팍한 미키의 속셈을 훤히 들여다보며 들러리로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고 거스의 직장동료?인 "믿음직한 흑인친구" 케빈(Jordan Rock)"은 그 역할을 자임하며 쓸모도 없는 충고를 하지.ㅋㅋ


원래는 주인공 커플을 잘 보좌했어야하는 조연들
    

"LOVE"는 HBO의 "Togetherness"나 넷플릭스의 "마스터 오브 제로"와 비슷한 결을 가진 드라마야. 극적인 사건이나 전형성을 최대한 배제한 덕에 이야기는 현실성을 얻고, 관객은 주파수가 맞는 등장인물에게 미세한 수준까지 감정이입을 할 수 있거든. 그런 탓에 폭넓은 관객에게 동의를 얻기는 힘들어지겠지만 말이야. 저드 어패토의 이러한 스타일 때문에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던 "프릭스 앤 긱스"가 1시즌만에 캔슬당했던 게 아닐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쇼들이 이래서 좋아. 창작자들이 제 취향대로 맘껏 놀 수있는 환경이 주어지잖아.  


완전 사랑하는 프릭스 앤 긱스(1999).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이지?
 

10개의 에피소드로 1시즌을 끝낸 "LOVE"는 내년에 12개의 에피로 돌아온대. 우왕좌왕하다 간신히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을 따라잡은 니키와 거스의 연애전선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겠지? ​아, 나도 그때까지는 애인이 생겨야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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