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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NETFLIX DIARY

[NETFLIX Diary] 센스8 Sense8




2016년 2월 5일 날씨 맑음

 

Dear Diary, 1999년을 기억하니? Y2K다 뭐다해서 세기말, 아니지 밀레니엄 말기의 분위기가 가득하던 시절 말이야. 문명이 종말을 하네 어쩌네 하는 분위기 속에 무려 한화 이글스가 우승을 했을 정도로 요상한 해였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이글스 영광의 순간 

 

그 해 5월, 역시 요상한 영화가 개봉을 했단다. 이름하야 "매트릭스". 21세기 초를 장식하게 될 엄청난 SF 트릴로지의 시작이었어. 지금에야 패러디 요소로 주로 쓰이지만(그나마도 이젠 유행이 한참 지났어) 당시에는 뭐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온갖 현학적인 수사를 동원해 찬사를 보냈던 작품이었단다. 뭐 2,3편에 대해서는 좀 우왕좌왕한다는 평도 있었지만 말이야.  

 

매트릭스는 안 봤어도 이 장면은 알겠지

 

암튼 그 매트릭스를 만들었던 워쇼스키 구형제 현남매는 그 뒤로 그다지 인상적인 필모를 이어가지는 못했어. 결국 최근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복잡시런 영화가 호불호가 갈리며 변변찮은 결과를 얻지 못하자 이 남매들은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을 하게 되었지. 바로 넷플릭스였어. 한 시즌만 해도 최소 십수개의 에피소드가 보장되는 TV쇼 말이야. 이를 통해 워쇼스키 남매는 자신들이 관심 갖고 있는 온갖 주제에 대해서 장황하게 떠들어도 될만한 러닝타임을 드디어 확보하게 된 셈이야. 

 

결국 워쇼스키 남매의 재기작이 된 셈인 Sense8

 

워쇼스키 남매가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Sense8"(혹은 Sensate)은 제작 당시부터 우리에게 꽤 화제가 되었었지. 작품의 주제나 소재 때문이 아니라 주연인 배두나를 비롯해 조연, 단역에 대규모로 한국배우(한국계 배우가 아닌 실제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캐스팅 했다는 점, 자유대한의 수도 서울이 주 배경 중 하나라는 점 등이 우리의 민족 혼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었어. 그래 드디어 한류가 미드를 점령한 거야. 아 잠깐만, 애국가 좀 부르고 와야겠다. 


다시는 대한민국의 배우를 무시하지마라.

 

"감8"은 (애국심을 고취하는 차원에서 이제부턴 "감8"이라 내 멋대로 부르겠어) 세계 곳곳에 살고있는 8명의 정신감응 능력자들이 벌이는 이야기야. 공간을 초월해서 이들은 서로 감응하고 심지어 대상의 육체를 통제하기도 해. "우리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다." 이런 주제에 이 남매가 꽂혀있는 것 같더라고.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환생"에 관한 영화였잖아? 워쇼스키 남매의 동양의 노장사상이나 베다철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긴 하다만.


"무릎팍도사" 출연 당시의 워쇼스키 남매

 

감8은 인종,성별은 물론 성정체성과 사회계급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고려한 캐스팅을 보여주고 있어. 물론 잘생긴 백인 남자가 조금 비중이 높지만 이 정도는 양해 가능하지 않겠어?ㅋㅋ 하지만 얼핏 선정적으로 보이는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재벌2세, 범죄자 등등의 딱지가 단순히 그 캐릭터들을 규정하지는 않아. 감8 각자가 가진 고유의 능력을 통해 이들은 융합하고 교감하여 그 시너지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게 된단다. 


캐릭터들은 국적, 종교, 인종, 성정체성, 사회적지위 등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한가지 공유하고 있는 특징이 있어. 그들 모두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지. 이들의 각성과 성장이 감8의 첫시즌의 중요한 화두야. 

 


세계 각지의 감8들과 그 특장점 

 

흥미가 팍팍 땡기지 않아? 나이로비의 야매 버스 운전사에게 서울의 재벌2세 무술고수인(그래, 워쇼스키의 오리엔탈리즘은 나도 지겨워.) 깡마른 여인네가 빙의해서 무시무시한 갱들을 때려잡는 장면을 떠올려 봐. 끝내주겠지? 하지만 문제는 여전한 그 장황함이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좋지만 다양한 주제를 담으려는 시도 탓인지 조금 산만한 면이 없지않아 있거든. 사실 공간적 배경과 캐릭터를 8군데로 잡았을 때 이미 예정된 문제였을 지도 모르지.   


솔까 공원에서 어깨에 물 잔 놓고 수련하는 장면은 좀 그렇더라

 

감8은 분명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만한 미드야. 보수적인 관객이라면 더욱 더 거북하기 짝이 없을 테고 말이야. 하지만 극이 담고 있는 주제의식에 동의하는 관객이라면 약간의 장황함과 산만함 정도는 12시간을 투자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겠지. 


 인상적이었던 감8의 "what's up​" 

 

오늘따라 진지 빨고 떠들지? 그렇다고 감8이 정치적 올바름이나 따져대면서 훈장질하는 계몽물은 아니야. 활극도 있고,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거대 악당과 음모도 도사리고 있는 재밌는 스릴러란다. 매력있는 배우들의 앙상블도 볼만하고 말이야.  내 앞서 국뽕을 비웃긴 했지만서도 서울과 "박 선"(근데 왜 한국여자 이름은 다 선이야.ㅋㅋ) 캐릭터는 "한국도 세계의 일부였지, 참."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었어. 한국 시청자로서 모처럼의 요런 잔재미도 즐길만하잖아? 비록 워쇼스키에게 한국이 그저 "일본2"일지라도 말이야.:-P 


각 나라의 풍광을 골고루 담고 있는 오프닝 시퀀스 중 한국 파트

 

첫 시즌이 좋은 반응을 얻어낸 덕에 2시즌도 예약되어 있어. 올 6월쯤에 나온대. 근데 3월에는 데어데블 시즌2가 나오잖아!! 결국 한달 공짜에 낚여 코 꿰이게 생겼군. 굿 잡 넷플릭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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